개교 정신과 실용의 조화로
오늘의 위기를 넘어서자
존경하는 원광학원 교직원 여러분, 3만여 학생과 15만 동문 여러분, 그리고 바쁜 일정 중에도 이 자리를 빛내주신 내외귀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늘 원광학원의 발전을 기원하시는 원불교 교단 어른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울러 그간 원광학원의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역대 이사장님을 비롯한 임원 여러분과 역대 총장님들께도 인사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원광학원은 1946년 유일학림(唯一學林)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원광대학교와 원광보건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 등 교육기관들과 전국의 각급 부속병원들이 합심협력하여,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왔습니다. 원광학원은 오늘까지 그 어떤 교육기관보다 성실하고 겸손하게 세상의 요청에 부응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는 그 어떤 가르침보다 인성과 덕성교육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섬기고 가르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광학원은 시대와 사회의 부름에 응답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농업의 일꾼을 필요로 할 때나 산업화의 역군을 필요로 할 때, 그리고 병들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원광학원은 언제나 적재적소의 인재를 배출해왔습니다. 또한 그 어떤 교육기관보다 진정한 지성의 요람으로서 불의에 맞서 싸우는 실천이 있었고, 시대를 앞서 나가며 세상을 밝히는 경세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원광학원 가족 여러분,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일찍이 겪지 못했던 중대한 도전과 시련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가 봉착해 있는 위기는 일시적으로 지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원광학원만이 겪어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이 시대와 국가 사회 전체가 직면한 고등교육 전반의 위기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은 사람 중심의 가치가 무너지고 물질만능의 풍조가 만연해 있으며, 사람들은 이제 예의와 염치를 잊었습니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 풍토와 이에서 발원하는 이기심, 모든 것을 가지려는 탐욕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입니다.
우리의 선한 의지와 관계없이 오늘의 한국 교육은 철저한 시장경제의 논리 속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사람을 자본의 도구로 바라보는 물질 중심주의가 교육 전반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더 불행한 사실은 우리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고, 시장에서의 치열한 싸움을 포기할 수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독야청청(獨也靑靑)만으로는 원광학원에 몸담은 3만여 학생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학의 존망조차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결단해야 합니다. 원광학원이 부딪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저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유일학림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으로 세상을 일깨워 정신개벽을 실천하자는 것이 대종사님의 유훈이자 원광학원의 설립 정신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앞으로 원광학원이 나아가야 할 네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원광학원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교육의 틀이나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대학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강해지고 변화하지 않으면 각 대학은 향후 몇 년 이내에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 내몰리고 있는 교육환경을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전망과 예지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원광학원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철저한 자기 변화와 명확한 과제 설정으로 대학을 혁신하며, 시대와 불화하지 않으면서도 시대를 극복하는 실천으로, 우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둘째, 원광학원만의 특화된 발전전략을 다져야 합니다.
이미 수많은 대학들이 위기에 대응하여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교육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대학들도 원광만의 특화된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의료와 생명공학을 연계하고, 인문학과 문화산업을 연결하며 네트워크 교육을 강화하여, 지역의 유망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지역 인재를 키워내는 산학협력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새만금 사업의 미래에 대비하고 대중국시대를 개척할 글로벌 인재의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이 길이 지방 사립인 원광학원이 나아갈 길이며, ‘실용과 개교정신의 가치로운 조화’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우리의 교육은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교육의 위기, 특히 대학의 위기는 우리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역사회의 위기이며 지역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역사회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함께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딛고 서있는 디딤돌이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지역의 중소기업들과 연계하고 시민들에게 재교육의 장을 제공하며 대학의 전문성이 지역발전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원광학원 전체가 이 같은 목표를 갖고, 각 대학별로 각 전공별로 지역사회와 연대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넷째, 우리의 변화와 혁신의 방향은 학생불공(學生佛供) 입니다.
우리는 학생을 부처님으로 섬겨야 합니다. 우리의 혁신은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미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기존의 보편적 사고나 전통적 교육의 틀로는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급변하는 지식 정보화 환경에서 성장해온 학생들은 우리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다르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의 틀과 방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는 학생을 부처님으로 알고 학생의 눈높이에 걸 맞는 새로운 교육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창의성과 취업역량을 길러 주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원광학원 가족 여러분,
3년 후인 2016년은 원광학원 설립 70주년이자 원불교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원광학원을 피와 땀으로 일구어 온 선진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희망의 2016년을 맞이해야 합니다. 변화와 혁신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크게는 불의한 세상과의 싸움이며 작게는 내 안에 있는 두려움과의 싸움입니다. 저 역시 원광학원의 미래를 위한 선한 싸움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멀리 내다보면서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오늘의 이 마음으로 제게 맡겨진 중책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원광학원 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단결된 힘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냅시다.
여러분 모두에게 법신불의 은혜가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원기98(2013)년 11월 4일
학교법인 원광학원 이사장 신명국(순철) 합장